Kind Of Blue – Miles Davis (Columbia 1959)

지금까지 재즈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을 꼽으라면 당연히 이 음반을 꼽게 된다. 그리고 재즈 관계자나 애호가들에게 무인도에서 듣고 싶은 재즈 음반으로 대다수가 이 앨범을 꼽게 된다. 이런 이유로 새로운 음반 형태가 나오거나 새로운 마스터링 방식이 등장하면 가장 먼저 리마스터링 되어 발매되는 앨범이다. 현재 보이는 음반 자켓도 새로운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 앨범이 그리 인기가 많은 것일까?

음악적으로나 재즈사적으로 볼 때 이 앨범은 밥으로 대표되는 코달 재즈와 쿨로 대표될 수 있는 모달 재즈의 중간에서 아주 교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1954년 마일스 데이비스가 앨범 <쿨의 탄생>을 통해서 밥을 벗어난 새로운 음악 사조의 길을 제시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하나의 시도였을 뿐이었다. 게다가 이 앨범은 마일스 데이비스 개인의 앨범보다는 집단 앨범의 형태를 취한다. 그 뒤로 쿨이라는 사조는 마일스 데이비스보다는 다른 연주자들-리 코니츠가 그 중 대표적이다.-에 의해서 약간은 다른 백인 위주의 재즈로 나아가는 양상을 보인다.

어쩌면 마일스 데이비스가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하고 있었을 지 모를 그만의 양식이 이 앨범에서야 나타난다고 할 수 있겠다. 곡들의 구조는 기존의 밥 스타일의 재즈에서 반복되어 왔던 불루스 스케일을 따르는 반면 그 위에 진행되는 즉흥 솔로의 형태는 매우 선율적인 모달의 형태를 띄고 있다. ‘Freddie Freeloader’를 들어보면 이런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마일스 데이비스의 이런 멜로딕 즉흥 솔로는 이런 선율적인 느낌을 강하게 하기 위한 듯한 그의 뮤트 트럼펫 소리와 함께 그가 이후 롹 퓨전 등으로 음악 양식을 바꿔도 나타나는 그의 상표가 된다. 코드 음계의 제약을 자연스럽게 벗어나는 것은 이전까지 재즈의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던 끈적거림을 씻어내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서 쿨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사실 곡을 이루는 코드 패턴이 단순하면 반복적 클리세로 빠질 위험이 있지만 즉흥 솔로 진행은 훨씬 쉬워진다.

한편 그의 솔로는 그리 많은 음들을 사용하지 않은 비교적 단순한 진행을 보이는데 이로 인해 재즈에서 침묵을 이용하는 솔로 양식의 출현 또한 엿볼 수 있게 한다. 더욱이 그의 트럼펫은 뮤트되어 있음에도 일반 트럼펫만큼의 공간을 그대로 차지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공기, 침묵으로 채워 넣는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이로 인해 각 악기와의 거리감도 느껴져 전체적으로 이 앨범이 쿨하다는 느낌을 갖도록 한다. 이것이 Blue의 모습이었을까?

마일스를 제외한 다른 연주자들도 최상의 연주를 보여주는데 빌 에반스가 ‘Blue In Green’에서 마일스 데이비스와 함게 들려주는 피아노의 진행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멜로딕 솔로만큼이나 새로운 면을 보인다. 여기에 존 콜트레인이나 캐논볼 아들레이의 색소폰 역시 마일스 데이비스의 영향이 드러나는 날카로우면서 서정성을 간직한 솔로를 들려준다. 그리고 리듬을 받치고 있는 폴 채임버스와 지미 콥의 연주는 이 앨범이 너무 조용하지 않고 스윙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음반이 오랜 시간 동안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인간 감정의 어느 한 단면만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유쾌하면서도 서정적이고 또 서정적이면서 슬프지 않은 분위기가 전 곡에 흐르고 있다. 아마 이 표현이 상기한 코드와 모드의 중간에서 이 둘을 대변한다는 것과 상통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실제 ‘Blue In Green’을 제외하고 이 앨범에서 진짜 발라드라고 할 수 있는 곡은 없다. 그리고 ‘So What’이나 ‘All Blues’ 같은 곡에서 진행되는 솔로는 매우 서정적인 면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어느 한 분위기에만 이 앨범이 어울린다기 보다는 다양한 분위기에 어울린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시간을 넘을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무인도에 남겨져도 이 앨범과 함께라면 고독마저 감미롭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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