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 – Celea/Liebman/Reisinger – (Night Bird 2002)

jpc쟝 폴 셀레아, 데이브 리브만, 볼프강 라이징거 트리오가 라벨을 바꿔 새 앨범을 발표했다.(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아직 발매 전이지만…) 누가 리더라고 할 것도 없는 이 트리오는 그동안 Label Bleu를 통하여 <World View>(1997)과 <Missing A Page>(1999)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 두 장의 앨범들을 통해 이들이 들려주었던 음악은 매우 다양한 구조가 중첩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중구조성을 지닌 단위 곡들간의 강한 유기성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접근이 그다지 용이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그런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것은 이전 두 앨범과 달리 앨범 전체를 타인들의 곡으로 채웠다는 것에서 가장 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즉, 비교적 복잡한 면이 덜한, 견고하며 안정적인 구조를 지닌 곡들을 선택함으로서 이전 앨범에서 보여주었던 복잡함을 상당히 간결화시켰다는 것이다. 사실 어찌 보면 이들 곡을 테마의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그 전개에서는 그들만의 스타일로 풀어 나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이 앨범에서 세 연주자는 폼을 벗어나거나 완전히 해체하여 다시 조립하지 않고 비교적 안정된 방향으로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제작자의 영향이 있었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다. 이전 Label Bleu에서 앨범을 만들 때와 스튜디오, 엔지니어 모두가 같은 반면 라벨을 옮기면서 제작자가 쟝 자끄 퓌소로 바뀌었다. 그래서 사운드적인 면에서는 이전과 비슷한 면을 보이면서도 쟝 자끄 퓌소만의 방향, 즉, 파격과 안정의 중간에서 줄타기하는 성향이 이 트리오의 음악과 결합되어 이런 선곡과 연주가 나오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그 결과는 만족이다. 트리오만의 색은 유지되면서도 따라가기 용이한 음악이 나왔으니 말이다.

이들이 연주하는 곡들은 스탠더드 아닌 스탠더드라 할 수 있는 곡들이다. 델로니어스 몽크, 존 콜트레인, 오넷 콜맨, 알버트 아일러의 곡들이 눈에 띄는데 사실 이 곡들은 그다지 대중적으로 많이 이해받는 곡들이 아니다. (어쩌면 텍스트의 비대중성이 이들에게 해석에 있어서 전반적인 구조의 안정성을 변경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가도록 작용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들에게는 앨범의 타이틀처럼 유령처럼 자신들에게 아직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연주자들의 곡들일 것이다. 이들만의 스탠더드라 할까? 그러므로 이 앨범을 지난 세기말부터 세기 초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에서 시도되고 있는 과거 명인들에 대한 헌정작업의 하나로 보아도 무방할 듯싶다.

이들이 각 곡들을 해석해 나가는 방법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구조적 파격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원 곡의 분위기에 매어있지도 않다. 오히려 상당히 단순 패턴화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간결하게 정리되었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럼에도 이들만의 음악적 긴장은 그대로 감지되는데 그것은 바로 데이브 리브만의 연주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이제는 하나의 학구적 스타일리스트로서 인정받는 그의 연주는 곡마다 아주 다양한 뉘앙스로 곡의 분위기를 이끌어 나간다. ‘My Favorite Thing’이나 ‘Ghosts’에서처럼 틀을 살짝 넘어갔다가 되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 매우 거칠면서도 직선적인 연주를 펼치는가 하면-이 부분은 흔히 그의 원류로 언급하는 콜트레인과 비교해볼 만하다.-오넷 콜맨의 ‘Lonely Woman’같은 곡에서는 대나무 풀루트로 새로운 동양적 공간을 연출해낸다. 한편 이전 앨범에서는 볼 수 없었던 피아노를 몽크 등의 곡에서 연주하는데 사실 색소폰 연주만큼 탁월한 맛은 들지는 않는다. 약간은 과장된 느낌도 든다. 그러나 감상에 있어 그 자체로서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다.

다른 두 연주자의 경우 이 앨범을 주도하는 리브만으로 인해 이전보다 그 역할이 줄어든 느낌이 있지만 리브만의 연주와는 별도로 상당한 응집력과 독자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쟝 폴 셀레아의 베이스의 경우 단단하면서도 탄력있는 베이스 톤으로 볼프강 라이징거의 드럼에 대응해 공간적인 부분을 강조하면서도 데이브 리브만의 솔로에 대응해 선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는 조절력을 과시하고 있다. 비교라는 것이 상당히 위험한 일이지만 한번 같은 프랑스 베이스 주자 앙리 텍시에와 비교해볼 만하다. (녹음 엔지니어가 같아서 인지는 몰라도 그 톤 컬러도 매우 유사하다.) 이러한 쟝 폴 셀레아의 베이스가 드러나는 부분은 아마도 볼프강 라이징거와 듀엣으로 연주하는 지난 세기의 재즈, 뮤지컬, 영화 음악 작곡가에 대한 헌정 곡 ‘What A Wonderful World’가 아닐지. 여유있게 공간을 확장하면서 멜로디가 지닌 푸근함을 발전시켜 나가는 멋진 연주를 들려준다.

올 해 발매된 앨범의 첫 번째 리뷰임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이 올 해의 주요작이 될 것같다는 예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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