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Flying – Fred Hersch & Julian Lage (Palmetto 2013)

fh지난 해 내한 공연을 하기도 했던 프레드 허쉬는 매우 반성적(反省的)인 성향이 강하다. 그는 사색을 하듯 연주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섬세한 내면을 드러내고 음악 뒤에 감추어진 새로운 상상계를 그리곤 한다. 그렇기에 그는 소편성의 연주를 즐긴다. 트리오 편성이 주를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이조차 크다는 듯 솔로 앨범 또한 상당수를 녹음했다.

이런 그에게 듀오 앨범은 소로나 트리오와는 다른 모험적인 성격이 강하다. 솔로는 물론 트리오 또한 리더로서 삼각형의 정점에서 자신에게 집중할 여지가 많다면 듀오 연주는 상대적으로 대화에 보다 더 많은 부분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감싸주며 보다 더 유연하게 서로의 솔로에 화답해야 하는 연주. 그래서 솔로 연주보다 듀오 연주가 더 어렵다고 나는 생각한다. 실제 프레드 허쉬는 30여년간 40여장의 앨범을 녹음했기만 그 가운데 듀오 앨범은 무척 드물다. 케니 베이런, 게리 버튼, 짐 홀, 타미 플라내건, 다이아나 크롤 등과 한 곡씩 듀오 연주를 했던 <The Duo Album>(1997), 듀오 앨범의 명반으로 꼽히는 <Songs We Know>(1998) 등이 전부였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 이 피아노 연주자는 듀오 연주, 일대 일로 대화를 나누는 연주에 관심이 부쩍 는 것 같다. 2012년 클라리넷 연주자 니코 고리와 듀오 앨범 <Da Vinci>를 녹음하더니 지난 해에는 발매한 석장의 앨범 가운데 두 장의 앨범을 듀오 편성으로 녹음했다. 트럼펫 연주자 랄프 알레시와 함께 한 <Only Many>, 기타 연주자 줄리안 라지와 함께 한 <Free Flying>이 그것. 다른 한 장의 앨범 <Fun House>도 실은 캐나다 출신의 개성강한 진보적 피아노 연주자 브누아 델벡과 함께 트리오대 트리오로 대화를 나누는 더블 트리오 편성의 연주를 담고 있으니 큰 의미에 있어서는 듀오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 가운데 뉴욕 기타노 클럽에서 라이브로 녹음된 <Free Flying>은 듀오 앨범의 미덕에 가장 충실한 연주를 담고 있다. (랄프 알레시와의 듀오 연주는 오랜 시간 우정을 나눠온 동료를 지원하는데 더 충실한 편이다.) 그리고 피아노-기타 듀오라는 점에서 15년 전에 빌 프리셀과 함께 했던 듀오와 관련지어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물론 연주의 내용은 다르다. 라이브 앨범이라 그런지 15년 전의 연주에 비해 훨씬 역동적인 면이 강하다. 오밀조밀 서로의 빈 공간을 메워주며 사이 좋게 앞으로 나아가는 연주는 잘 짜여졌다는 인상을 주는 동시에 재즈의 싱그러운 자유를 함께 느끼게 한다. 서로 발 걸음은 다르지만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이 좋은 친구같다고 할까? 미리 이런저런 약속을 하기보다 서로를 믿고 뒤뚱거리며 즉석에서 호흡을 맞추는 연주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연주자가 자유로운 대화를 들려줌에도 연주된 곡들의 면모를 보면 실은 피아노와 기타의 듀오 연주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준비를 많이 했다는 인상도 준다. 샘 리버스의 ‘Beatrice’와 텔로니어스 몽크의 ‘Monk’s Dream’을 제외한 7곡들은 모두 프레드 허쉬의 곡으로 이전 그의 앨범들에서 연주된 곡들이 주를 이룬다. 그런 중에 에그베르토 기스몬티를 위한 ‘Free Flying’, 빌 프리셀은 위한 ‘Down Home’, 짐 홀을 위한 ‘Stealthiness’가 연주된 것이 흥미롭다. 그렇다고 줄리안 라지가 헌정의 대상이 된 연주자들 스타일로만 기타를 연주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기타와 피아노의 어울림이 정교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면서 피아노 연주자 아트 랜드를 위한 ‘Heartland’와 시인 매리 조 샐터를 위한 ‘Gravity’s Pull’ 등이 연주된 것은 피아노 연주자의 정서적 측면을 강조해 전반적인 균형을 맞추려 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피아노 연주자의 솔로 앨범 <Song Without Words>에 수록되었던 ‘#4. Duet’-이 곡은 최근 아비샤이, 아나, 유발 코헨 남매가 공동 앨범에서 멋지게 연주하기도 했다-과 ‘#3. Tango’를 중심으로 각 곡들을 재즈는 물론 클래식-라틴-블루스-포크 등을 필요에 따라 자유로이 혼용하는 방식으로 연주한 것 또한 잘 준비된 자유를 느끼게 해준다. 그 결과 이 앨범은 빌 에반스와 짐 홀, 팻 마티노와 길 골드스타인, 팻 메시니와 브래드 멜다우 등의 앞선 좋은 듀오 연주에 버금가는 것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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