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ght To Denmark – Duke Jordan Trio (Steeple Chase 1974)

유난히 국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앨범이다.

현재 유러피안 재즈라는 모호한 개념이 생기기 전에 유럽은 재즈를 생산하기 보다는 수용하고 감상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런 태도는 재즈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거나 미국적 재즈 취향과 편차를 보이는 음악적 성향을 지닌 재즈인 들을 환영하고 발굴하는 결과를 낳는다. 여기에는 유럽에서 음악 라벨이 생기면서 음반 목록을 채우기 위해 연주자를 찾는 도중 미국에서 활동하던 연주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실례의 하나가 듀크 조던이다. 잠깐의 명성 뒤에 택시 운전사로 지냈던 그는 유럽에 체류하면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이 앨범은 새로운 스타일의 연주를 제시한다거나 연주자간의 강력한 인터 플레이를 들려주지 않는다. 다른 거대한 생각없이 듀크 조던 개인이 흥에 겨워 연주하는 듯한 성격을 띄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이 앨범이 한국에서 특히나 인기가 있고-이는 일본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본다.-, 더욱이 재즈 입문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듀크 조던이 만들어가는 멜로디 때문일 것이다. 이 앨범에서 듀크 조던은 왼손 연주를 그다지 강조를 하지 않는다. 그저 미디엄 템포의 리듬을 가볍게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오른 손이 솔로를 할 때에는 베이스 음반 연주하는 정도로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이런 왼손 연주의 소극적인 태도 위에 자유롭게 예쁜 멜로디를 만들어가는 오른 손이 빛을 발한다. 어떤 황홀한 테크닉을 드러내려는 것이 아니라 테마를 살짝 변형시키는 것으로 시작해서 아기 자기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데 오른 손은 열중하고 있다. 함께 하고 있는 연주자들도 화려한 연주를 한다기 보다는 리듬감을 가볍게 살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앨범의 타이틀 곡 ‘Flight to Denmark’에서 잠시 각 연주자들의 솔로가 들릴 뿐이다.

이 앨범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No Problem’을 보더라도 조던이 프랑스 색소폰 연주자 바니 윌랑-조던 만큼이나 이 곡을 자주 연주했다.-과 함께 영화 <위험한 관계>를 위해 연주할 때만 해도 하드 밥의 분위기가 충만한 연주를 들려주었었다. 그런데 이 곡에서는 가벼움, 편안함만이 존재한다. 열정보다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는 연주를 들려준다. 다른 곡들도 음악적인 분위기에 있어서 극단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박함을 약간의 해학적인 요소를 섞어서 보여줄 뿐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을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한국까지 이어졌던 것이 아닌지. 실제로 이런 요소가 감상의 편안함을 만들어내고 있다.

녹음도 이 앨범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사실 스티플 체이스는 유럽의 라벨 중에 가장 떨어지는 사운드를 들려주는 라벨 중의 하나이다. 이 앨범에서도 저음역과 고음역이 제대로 드러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듀크 조던을 비롯 세 명의 연주자가 고저를 넘나드는 다이내믹한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거의 한 음역 대에 머무르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연주를 들려주기에 이런 점은 오히려 음악적인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특별하게 인상적인 부분도 없고 어떤 흐름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 그러나 싫증을 내기가 그리 쉽지 않은 앨범이다. 아마도 미국이 아니라 유럽이었기에 이런 분위기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이 앨범은 내 첫 번째 CD였다. 구입도 아니라 선물로 생겼던,

댓글

KOREAN JAZZ

Big Band In New York 2 – 정성조 Queens Collage Big Band (CJ E&M 2013)

지난 2010년에 발매된 <Big Band In New York>에 이은 색소폰 연주자이자 편곡자 정성조의 두 번째 빅 밴드 앨범이다. 첫 앨범을 발매하면서 그는 편곡에 대한...

Is This All The Love You Have? – 배장은 + 오정수 (Sony BMG 2011)

몇 해전부터 한국 연주자의 앨범들이 지속적으로 발매되는 것을 보면 이제 한국 재즈도 어느 정도 생산적인 측면에서 굳건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CHOI'S CHOICE

Night Lights – Gerry Mulligan (Verve 1963)

  제리 멀리건의 황금 시대는 분명 1950년대 초였다. 당시 그는 쳇 베이커와 함께 피아노가 배제된 퀄텟을 결성해 보다 자유로운 솔로와 그의 바리톤 색소폰과 쳇...

최신글

Infinity – Tom Harrell (High Note 2019)

트럼펫과 플뤼겔혼을 연주하는 톰 하렐은 앨범마다 뛰어난 연주력은 물론 정교한 작곡, 편곡 능력을 드러내며 머리와 가슴 모두에서...

J.A.M – 남경윤 (Jnam Music 2019)

반갑다. 피아노 연주자 남경윤으로부터 새로운 앨범을 준비했다는 뜻 밖의 전화를 받았을 때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Anthem – Madeleine Peyroux (Blue Note 2019)

재즈 뮤지션은 늘 새로움을 지향한다. 그것은 타인과 나의 비교가 아닌 나의 과거와 현재의 비교를 통해 이루어지곤 한다. 이것은 나만의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 익숙함과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하는 신선함이 공존할 수 있게 해준다. 게다가 과거와 현재의 시간차가 클수록 그 비교는 깊어지고 익숙함과 신선함의 공존은 더욱 매력적이 되곤 한다.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아련하고 포근한 목소리로 재즈와 포크 그리고 프랑스 샹송을 가로지르며 노래했다. 그리고 이러한 익숙함 위에 새로운 요소를 가미했다. 그 새로움의 핵심은 자신의 내면에서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는 것에 있다. 그녀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의 혼란을 보고 이번 앨범을 기획했다. 알려졌다시피 당시 미국 대통령 선거는 다른 어느 때보다 후보간의 대립이 심했으며 스캔들에 가까운 다양한 뉴스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미국인들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세계인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그녀 또한 일련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자신의 관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렇다고 정치인처럼 남에게 설교하듯 이야기할 수는 없는 법. 대신 그녀를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사용하기로 했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앨범이 된다. 한편 사회적인 주제였기 때문일까? 보다 설득력...

Combo 66 – John Scofield (Verve 2018)

늘 그 자리에 영원히 있을 것만 같은 연주자가 있다. 시간의 흐름을 벗어나 있다고 할까? 음악이 늘 같아서가...

Begin Again – Norah Jones (Blue Note 2019)

노라 존스는 기본적으로 재즈 뮤지션이다. 그러나 그녀의 음악적 관심은 재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가 때로는 재즈를 듣고 때로는 클래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