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ween – 송영주 (Sony 2014)

Between – 송영주 (Sony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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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연주자들은 늘 과거를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욕망을 품는다. 밟아보지 않은 새로운 길에 대한 호기심으로 어제의 연주가 주었던 달콤함을 잊곤 한다. 재즈사의 발전은 이러한 연주자들의 새로움에 대한 갈망에 의해 이루어져왔다. 그래서 재즈 연주자의 모습은 한 곳에 도착하면 이내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떠나는 여행자를 닮았다. 가슴 가득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는 여행자!

음악적인 부분 외에 실제 재즈 연주자들의 삶은 여행자를 닮았다. 그들은 1년에 수개월을 이곳 저곳을 돌며 공연을 펼친다. 어제는 뉴욕, 오늘은 파리, 내일은 서울을 향하는 여정은 그들에겐 아무 것도 아니다. 음악적으로 성장할수록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을수록 그들의 여정은 더욱 더 길어진다.

그 여정 속에서 연주자들은 새로운 만남을 갖기도 하고 곡을 쓰기도 한다. 낯설어 고독을 느끼게 하는 어느 도시의 호텔 방에서, 푸른 하늘 위를 나는 비행기에서 그들은 자신의 마음을 오선지에 담아 낸다.

우리의 피아노 연주자 송영주도 그랬던 것 같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그녀는 4년 전 한국에서의 안정적인 기반을 내려놓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미국에서 여러 연주자들과 음악적으로 교류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왔다. 특히 2011년에 선보였던 앨범 <Tale Of City> 이후 그녀는 블루노트, 스몰스, 코넬리아 스트릿, 키타노 등의 뉴욕 클럽을 중심으로 현지 연주자들과 함께 하는 한편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까지 활동 반경을 넓혀왔다.

그녀가 도달하고픈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다양한 지역에서의 활동이 주는 성취감은 분명 대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하며 앞으로 더 나아가고픈 욕망 뒤에 가려진 정신적, 육체적 피로 또한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자신의 연주적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서 그녀는 매일 새로운 다짐으로 자신을 다독였을 지도 모른다.

비센테 아처(베이스), 켄드릭 스캇(드럼)과 트리오를 이루고 기타 연주자 마이크 모레노까지 참여시킨 이번 쿼텟 앨범은 이러한 여행자적 감성, 목적지에 대한 기대로 긴장 가득한 길 위의 삶을 인내해야 했던 그녀의 마음을 담고 있다. 앨범에서 그녀는 레일 위를 달리고(Riding The Rails), 멀리서(In The Distance), 그리워하고(Longing), 도착하면 미지의 길로(Uncharted Road) 다시 떠나기를(Leaving Again) 반복한다. 그래서 늘 풍경은 움직이고(Moving Image), 어디 중간쯤에 있는 듯한(Between) 기분에 늦가을(Late Fall)같은 우수에 빠지다가도 다시 홀로 길을 걷곤 한다(Walk Alone But Not Alone)다.

이전 앨범에서도 탄탄한 연주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감성을 줄곧 드러내온 그녀였지만 이렇게 보다 직접적으로 자신을 드러낸 것은 분명 새로운 일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앨범은 그녀의 다른 앨범들보다 정서적인 매력이 더 잘 느껴진다. 그리고 이것은 탁월한 멜로디 감각을 통해 한층 더 강화되었다. ‘Longing’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여행자의 쓸쓸함, 그리움이 느껴지는 이 곡은 앞으로 그녀를 대표하는 발라드 곡으로 사랑 받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녀가 그리는 이곳과 저곳을 오가는 길 위의 삶은 피곤할 지라도 마냥 슬픈 것만은 아니다. 그 길에서 그녀는 외로울 지라도 목적지가 명확하기에 그 곳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다.  또한 그녀와 함께하는 연주자들의 우정도 외로운 여정을 낭만적으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남성 보컬 사챌 바산다니가 가세한 ‘Walk Alone But Not Alone’같은 곡은 아예 이를 대놓고 말하는 것 같다. 든든한 동료가 있기에 그녀는 외로움을 이내 털어버리고 다시 길을 떠난다. ‘Riding The Rails’를 앞 뒤로 배치하고 미지의 길을 향하는 두려움과 기대가 어우러져 묘한 나른함을 만들어 낸 ‘Uncharted Road’를 마지막에 배치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 앨범은 여성 피아노 연주자가 재즈에 대한 열정으로 한국 밖에서 부딪히며 느꼈던 감정들에 대한 고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를 이야기하듯 편하게 드러낸 것은 그 어려운 감정을 그녀가 극복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를 위로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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