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ra – Pete La Roca (Blue Note 1967)

Basra – Pete La Roca (Blue Note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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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사에는 실력에 비해 그다지 큰 조명을 받지 못한 연주자들이 참 많다. 그만큼 실력이 출중한 연주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그로 인해 실력 외에 운, 시대적 상황 등의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재즈가 대중 음악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연주자들의 경쟁은 더욱 심해졌고 그로 인한 인기의 양극화 현상 또한 심해졌다. 그래서 실력과 상관 없이 많은 연주자들은 적절한 후원자를 찾지 못해 자신의 음악을 펼칠 무대를 제공받지 못하곤 했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낮에는 다른 일을 하고 잠에는 연주 활동을 하는 전문 연주자답지 않은 전문 연주자들이 많았다.

드럼 연주자 피트 라 로카도 그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나 싶다. 뉴욕 출신의 이 드럼 연주자는 1957년부터 10여 년간 소니 롤린스의 명반 <A Night At The Village Vanguard>와 리 코니츠의 <Bluesnik>등을 비롯하여 소니 클락, 토니 스콧, 리 코니츠, 존 콜트레인, 스탄 겟츠, 슬라이드 햄튼, 재키 바이어드, 조지 러셀, 폴 블레이 등 당대의 유명 연주자들의 세션 연주자로 활동했다. 연주 스타일에 있어서도 하드 밥과 아방가르드를 오가는 활동을 펼쳤다. 이 정도라면 분명 리더로서도 주목할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을 텐데 이 기간 동안 그의 리더 앨범은 단 한 장에 불과하다. 글쎄. 드럼 연주자였기 때문에 리더 앨범을 녹음할 기회를 얻기가 더 어려웠던 것일까? 아무튼 그는 대중적 인기는 그리 높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연주자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많았던 1급 연주자였다.

하지만 그는 1968년 재즈계를 떠났다. 그리고 다시 1979년에 돌아왔다. 그가 재즈계를 떠났던 것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실력파 연주자로 인정을 받긴 했지만 재즈 연주 활동으로는 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그래서 공부에도 소질이 있었는지 법학을 공부하여 계약 변호사가 되어 1968년 활동을 멈추었다. 여기에는 1967년에 선보였던 두 번째 앨범 <Turkish Women at the Bath>가 앨범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던 칙 코리아를 리더로 표기하고 타이틀도 <Bliss>로 바뀌어 그도 모르게 발매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 두 번째 앨범에 대한 저작권 소송을 직접 진행하여 승소하면서 드럼 스틱을 놓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경제적인 이유 외에 재즈 비즈니스계에 대한 환멸이 그가 활동을 멈추는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1965년에 녹음된 이 첫 앨범에서 그는 조 헨더슨(색소폰), 스티브 쿤(피아노), 스티브 스왈로우(베이스)와 함께 호흡을 맞추었다. 이 세 연주자들과는 세션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들과 함께 그는 하드 밥을 중심으로 당시 존 콜트레인의 클래식 쿼텟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던 아방가르드 재즈적인 면을 반영한 음악을 펼쳤다.

사실 이것은 멤버 구성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먼저 조 헨더슨은 당시 대세였던 존 콜트레인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연주자였다. 그리고 스티브 쿤의 경우 맥코이 타이너 이전에 존 콜트레인이 자신의 쿼텟에 가입시키고 싶어했던 연주자였다. 실제 색소폰 연주자는 피아노 연주자와 1960년 여름에 두 달간 함께 활동하기도 했는데 당시 피트 라 로카도 밴드에 같이 있었다. 즉, 다양한 세션 경험에도 불구하고 피트 라 로카 또한 존 콜트레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앨범은 맥코이 타이너가 아닌 스티브 쿤이 참여한 존 콜트레인 쿼텟의 사운드를 상상하게 한다. 특히 이것은 쿠바 출신의 작곡가 에르네스토 레쿠오나가 작곡한 ‘Malagueña’의 연주는 여러 모로 존 콜트레인의 클래식 쿼텟을 닮았다.

그렇다고 이 밴드의 연주를 존 콜트레인 쿼텟의 아류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존 콜트레인의 영향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는 이국적인 분위기로 사운드에 자신만의 서명을 했다. 타이틀 곡 ‘Basra’가 대표적이다. 이 곡의 제목은 이라크의 두 번째로 큰 도시를 의미한다. 중동의 도시를 소재로 한 만큼 이 곡은 시종일관 분주히 움직이는 드럼과 이와는 별개로 평정심을 유지하는 피아노와 베이스의 강박적 긴장, 그리고 차분하게 포효하는 색소폰 뒤로 이국 적인 중동의 정서를 드러낸다. 한편 이어지는 ‘Lazy Afternoon’의 경우 에릭 사티의 인상주의 클래식이나 빌 에반스의 ‘Peace Peace’를 연상시키며 나른하고 몽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분명 존 콜트레인의 그림자 안에 머무는 것이면서도 피트 라로카를 개성적 존재로 부각시킨다. 하지만 진정 이 앨범의 매력은 당대의 현실을 반영한 앨범임에도 시대와 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난 세련됨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언급했다시피 피트 라로카는 이 앨범 이후 1967년에 < Turkish Women at the Bath>를 녹음하고 재즈계를 떠났다. 그리고 1997년 <Swingtime>이란 앨범을 발표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리더 앨범이 적다는 것은 지금으로서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만약 그가 휴식기 없이 꾸준히 활동했다면 사정이 달랐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석 장의 앨범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이 앨범에 더욱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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