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ure – Gary Peacock & Marilyn Crispell (ECM 2013)

피아노 연주자 마릴린 크리스펠과 베이스 연주자 게리 피콕의 첫 듀오 앨범이다. 그 동안 두 연주자는 고인이 된 드럼 연주자 폴 모시앙과 함께 ECM에서 두 장의 뛰어난 앨범 <Nothing Ever Was, Anyway>(1996)와 <Amarylis>(2000)을 녹음했었다. 그렇기에 이 두 연주자의 행적에 관심을 두었던 감상자들은 두 연주자가 드럼 연주자의 부재를 받아들여 듀오 앨범을 녹음하지 않았나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두 연주자는 평소에 듀오로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트리오와는 다른 그들만의 듀오의 미학을 만들어 왔다고 한다. 다만 그것이 앨범으로 발매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것은 이번 앨범을 통해 아주 쉽게 확인된다. 묵묵히 상대에 대한 경청과 자기 표현을 오가는 두 연주자의 거대한 아우라가 감상자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굳이 드럼의 부재를 생각할 필요도 없다. 아니 그럴 겨를이 없다.

앨범에는 피아노 연주자와 베이스 연주자의 자작곡이 균등하게 세 곡씩 포함되어 있으며 각각의 솔로 연주곡 두 곡, 그리고 두 연주자의 자유즉흥 연주곡 세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전체 연주의 흐름을 보면 즉흥 듀오 앨범의 성격이 강하다. 작곡된 곡에서조차 두 연주자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 외에 안과 밖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연주를 펼친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Patterns’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자유로운 연주임에도 두 연주자가 정서를 넘어 연주의 흐름까지 공유하고 있어 모든 것이 계산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하게 만든다. 이것은 역설적이게도 ‘Leapfrog’, ‘Blue’, ‘Azure’같은 자유 즉흥 연주곡에서 더 강하게 드러난다. 상대의 솔로가 남겨둔 여백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것을 넘어 아예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같은 보조의 연주로 짜릿함을 선사한다.

그러므로 앨범을 소화하기 힘든 앨범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1990년대 후반 무렵부터 마릴린 크리스펠은 느린 연주를 즐겨왔다. 그 느림을 통해 순간적이면서도 깊은 사색적 서정과 공간적 여운을 표현해 왔다. 또한 게리 피콕은 이러한 피아노 연주자의 성향에 적극 동조해 왔다. 이번 앨범에서도 두 연주자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나된 연주를 펼치는 동시에 이를 통해 아름다운 서정적 풍경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어둠을 서서히 밀어내는 푸른색 여명(黎明)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공간의 긴장, 그리고 그것이 지닌 숙연한 아름다움 말이다. 어찌 이를 두고 시(詩)같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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