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스테인 – 필립 로스 (박범수 역, 문학동네 2010)

휴먼 스테인 – 필립 로스 (박범수 역, 문학동네 2010)

문학 동네의 세계문학 전집에 관심을 두면서  필립 로스의 이 소설을 만났다. 전 2권으로 구성된 장편이다.

이 소설의 서사는 비교적 간단하다. 강의에서 의도와는 다르게 ‘검둥이’로 해석될 수 있는 단어 ‘Spooky’를 사용한 탓에 인종 차별 혐의를 받아 대학 학장 직을 사퇴한 70대의 콜먼 실크가 30대의 대학 청소부 포이나 팔리와 사귀게 되고 베트남 참전의 상처가 있는 그녀의 전 남편이 두 사람을 차 사고로 죽게 만들고 그로 인해 콜먼 실크의 감추어진 비밀이 드러난다는 것이 서사의 가장 큰 핵심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 이야기를 서사 중심으로 흘러가게 만들지 않는다. 사건에 관계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입장에서 전지적으로 서술함으로써 하나의 사건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그 모든 것이 소설 속에 필립 로스를 대신한 작가 내이선의 조사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으로 그 현실성을 강조한다. (이 소설은 소설 속 작가 내이선이 조사 끝에 쓴 결과물의 의미를 지닌다.) 게다가 소설 속 시간 배경이 클린턴과 르윈스키 스캔들이 한창이던 1998년이었고 소설 곳곳에서 이 스캔들을 비롯하여 미국의 유명 정치 사회 인사와 그에 관련된 사건들을 삽입하여 이 소설이 논픽션인 것처럼 생각하게 한다. 그럼에도 소설적인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은 구조를 무시한 듯한 자유로운 글 쓰기 때문이다. 작가는 서사를 진행시키다가 곁가지로 빠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콜먼 실크의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그 이전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거나 갑작스레 서술 대상을 바꾼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각 등장인물은 수다 꾼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몇 페이지에 걸쳐서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렇기에 서사를 소설의 진행을 따르기가 상당히 버겁기도 하다. 실제 일반적인 서사와 그 서술에 익숙한 독자들은 뭐 그리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늘려 놓았나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시간적 경로와 인물의 만남으로 얽힌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우연적 사건이란 것이 결국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만들어진 운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편 이러한 문체적 소설적 특성을 떠나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미국의 현 모습이 아닐까 싶다. 정말 소설 속에는 인종 차별의 문제, 대통령의 스캔들, 베트남 전쟁 이후의 사회적이고 정신적인 문제 등이 종합 세트처럼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 문제들에 대해 미국인들이 그때그때 자신의 이익에 맞게 편의적으로-그들에겐 실용적인 것일 지도 모르겠다-반응하고 있음을 말한다. 결국 작가는 이러한 얼룩(Stain)으로 이루어진 포스트 모던한 미국 사회의 오늘을 그려낸 것이다. 그렇기에 문학 평론가 해럴드 블룸이 필립 로스를 미국 현대 문학의 거장 4인의 하나로 꼽았던 것이리라.

이 소설은 필립 로스가 시나리오에 직접 참여하여 영화로 만들어졌다. 니콜 키드먼과 앤서니 홉킨스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인데 그렇게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듯하다. 나는 보지 못했지만 영화가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으리라 예상한다. 그 많은 수다와 다양한 관점을 어떻게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낼 것인가? 그것은 불가능하다. 소설과는 다른 영화를 만들면 모를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