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net De Routes – Aldo Romano, Louis Sclavis, Henri Texier (Label Bleu 1995)

Carnet De Routes – Aldo Romano, Louis Sclavis, Henri Texier (Label Bleu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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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도 로마노, 루이 스클라비, 앙리 텍시에는 각기 다양한 편성의 그룹 리더들로서 프랑스와 나아가 유럽 남부의 재즈를 대표하는 연주자들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공동 앨범을 냈는데 그 중, 이 앨범 <Carnet De Routes>는 그들의 첫 번째 앨범이다.

사실 이 앨범은 일종의 이벤트에 해당한다. Label Blue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매그넘 소속의 사진가 기 르케렉과 함께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기 르케렉은 사진으로 이 세 연주자들은 여행에서 얻은 음악으로 앨범을 제작하는 것이다. 이런 아프리카 여행에는 재즈의 기원이라고 하면서도 오히려 재즈의 불모지로 남아있는 아프리카에 재즈를 전파한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백인들이 아프리카에 재즈를 전파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어색한 느낌이 들지만 앨범과 함께 첨부된 기 르케렉의 사진집에 세 연주자의 매우 다양한 거리 공연을 즐기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정말 말뿐이 아니었던 듯싶다.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을 모던화 과정에서 완전 서구화된 재즈가 다시 원시적인 생명력을 찾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보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이 앨범에 연주되는 음악들이 아프리카 여행에서 얻은 영감을 기초로 하고 있다고 하지만 결코 과거지향적인 시각으로 아프리카를-말 그대로-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리듬을 선사하는 알도 로마노의 드럼에서 드러나는 원초적인 느낌, 거의 타악기처럼 작동하는 앙리 텍시에의 베이스에서 드러나는 강한 힘, 그리고 루이 스클라비의 클라리넷이 들려주는 더위와 무속적인 느낌들이 아프리카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지만 결코 아프리카 그 자체가 음악으로 표현된다고 볼 수 없다. 이 세 연주자의 음악은 어디까지나 극도의 복잡함을 보이는 유럽의 음악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재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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