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rundi – Michel Portal, Steven Kent, Mino Cinelu (PAO Records 2000)

Burundi – Michel Portal, Steven Kent, Mino Cinelu (PAO Records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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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룬디는 중앙 아프리카의 한 작은 국가 이름이다. 이 나라가 세계사나 문화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지는 나로서는 알지 못한다. 물론 음악도 들어 본적이 없다. 단지 이 앨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디제리두라는 악기 연주를 개인적으로 많이 들어보았고 유럽의 젊은 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밖에는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다.

이 앨범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음반 프로필에 기획자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보통 재즈 음반-특히 유럽에서-은 연주자나 제작자가 음악적 방향을 잡는데 이 두 역할과는 조금 떨어진 기획자가 따로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가 어디까지 관여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음악, 음반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연주자까지 고르고 그들에게 이러이러하게 연주를 해 달라고 요구를 했는지 의문이다. 역할 분담이 아주 세세한 헐리우드 영화에서나 가능한 개념이 앨범에 도입되고 있다. 아무튼 결과로서의 음악은 무척이나 훌륭하다. 이미 앨범을 위해 모인 세 명의 연주자들의 화려함이 이것을 보장한다. 이 세 연주자는 음악적으로 아주 좁은 공간에 모여 있으면서 동시에 즉흥연주를 펼친다. 어떤 리더가 있어서 보이지 않게 나머지를 이끌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나의 곡, 아이디어가 있고 거기에 대해 비슷한 음악적 방향으로 자신의 악기로 연주를 해 나가는 것이다.

미셀 포르탈은 아프리카의 더위를 담고 있으면서 모처럼 상승과 하강의 역동감이 강한 즉흥 연주를 들려준다. 그리고 아프로 유러피안 리듬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미노 시넬루는 다양하고 화려한 리듬과 소리를 선사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앨범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스티븐 켄트이다. 첼로와 타악기, 그리고 상기한 디제리두 등 성질이 다른 세 개의 악기를 오가며 연주하고 있는데 특히 디제리두 연주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그냥 하나의 긴 나무통에 지나지 않는 이 악기로 리듬악기-베이스의 스타카토같은 역할-와 레가토에 의한 멜로디적인 진행을 동시에 들려준다. 그리고 아주 긴 호흡으로 시간을 지속시키는 힘이 놀랍다.

이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음악은 대부분이 코드의 진행 위에 펼쳐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반복적인 리듬을 기반으로 진행한다. 그래서 겉으로는 무척이나 복잡한 듯하면서도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그러면서도 섬세함을 유지하고 있다. 마일스 데이비스가 모달 재즈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었던 음악이 오랜 시간 동안 하나의 코드 위에 진행되는 아프리카 음악이었다는데 이 앨범이 바로 그런 음악을 들려주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런 단순함을 기본으로 펼쳐지기에 포르탈의 리드악기나 켄트의 디제리두는 솔로에 있어서 최대한의 자유를 획득하고 있다. 즉흥 연주는 일종의 최면, 황홀경으로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른 면에서 본다면 어쿠스틱 악기로 표현하는 최첨단 테크노 음악을 생각하게도 한다. 리듬의 지속적인 반복에 의해 상승효과를 만들어 내는 면에서는 분명 상통하는 면이 있다.

앨범이 담고 있는 분위기는 리듬이 강조되면서도 무척이나 회화적이다. 앨범 자켓처럼 건조하고 회색적인 공간을 담고 있다. 그리고 화려함의 뒤로 대자연의 신비로운 침묵이 느껴진다. 그래서 아프리카의 분위기를 담고 있지만 때로는 그냥 절대적인 한 음악 공간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므로 실제 이 앨범이 부룬디와 얼마나 직접적인 관련을 지니고 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부룬디는 실재하지만 이 들의 음악에서는 일종의 가상적 음악공간을 의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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