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크 조던 (Duke Jordan :1922.04.01 ~ 200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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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연주로 말년을 빛냈던 피아노 연주자

재즈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재즈 앨범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Kind Of Blue>다. 다른 팝 장르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긴 하지만 이 앨범은 2008년에 통산 400만장을 돌파하며 미국 음반 산업 협회(RIAA)로부터 재즈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공인 받았다.

그렇다면 한국 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재즈 앨범은 무엇일까? 공식적인 집계를 내는 기관이 없기에 공인된 통계를 언급하기 어렵지만 피아노 연주자 듀크 조던의 1973년도 앨범 <Flight To Denmark>가 아닐까 싶다. 실제 한 잡지사에서 이 앨범이 한국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인가? 를 주제로 특집 기사를 기획했을 정도로 이 앨범은 유난히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나만 해도 1990년대 중반 LP 수집을 끝내고 CD를 본격적으로 모으기 시작했을 때 그 계기가 된 첫 CD가 바로 이 앨범이었다. 사실 이 앨범은 내가 구입한 것이 아니었다. 재즈를 그리 전문적으로 듣지 않는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 무렵 이 앨범은 이미 재즈 애호가를 넘어 보다 폭 넓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었던 것이다.

이 앨범이 인기를 얻기 전까지 듀크 조던은 적어도 국내에서는 생소한 연주자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재즈가 막 국내에서 관심을 받던 1990년대 초반에는 마일스 데이비스, 찰리 파커, 존 콜트레인 같은 재즈 역사의 가장 큰 별들의 앨범을 구입하기에도 바빴다. 그런 상황에 듀크 조던의 1973년도 앨범이 인기를 얻었고 그것이 지속되었으니 상당히 기이하고 놀라운 일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왜 이 앨범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긴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편안하게 흐르는 사운드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듀크 조던 특유의 노래하는 듯한 솔로 연주가 중심에 있을 것이다. 실제 듀크 조던의 대표곡인 ‘No Problem’과 ‘Jordu’외에 이웃에 살던 어린 소녀를 보고 만들었다는 앙증스러운 멜로디의‘Glad I Met Pat’, 비 오는 날의 잔잔한 서정을 생각하게 하는 ‘Here’s That Rainy Day’ 등 앨범은 재즈의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누구나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는 곡들로 가득 차 있다.

<Flight To Denmark> 앨범에 그치지 않고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과장되지 않는 간결하고 깔끔한 연주, 편안하고 낭만적인 앨범을 꾸준히 녹음했다. 이를 통해 나아가 치열한 재즈사의 중심에서 벗어나 삶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연주를 추구하는 일군의 연주자 무리의 제일 위에 서게 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 피아노 연주자의 음악을 즐겨 들으면서도 음악적인 부분을 정서적인 측면에 너무 희생한 것이 아닌가, 대중적인 측면을 과하게 고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의 연주가 편안함을 지향했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 본명이 어빙 시드니 조던인 그는 클래식 수업 중에 테디 윌슨, 듀크 엘링턴-이 선구자를 좋아한 나머지 그는 자신의 이름을 듀크 조던으로 바꾼다- 등의 연주를 듣고 재즈로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 버브 레이블의 제작자 존 해먼드의 눈에 띄어 아직 10대였던 1930년대 후반부터 전문 연주자의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무렵 그는 테디 윌슨이나 듀크 엘링턴이 아닌 버드 파웰을 모범으로 삼은 치열하고 뜨거운 연주를 지향했다. 그래서 다양한 세션 활동 끝에 1947년 비밥의 혁명을 이끈 찰리 파커의 전설적인 퀸텟-찰리 파커 외에 막스 로치, 마일스 데이비스, 타미 포터가 함께 했던-에 합류할 수 있었다. 비록 일년가량의 짧은 활동이었지만 이 기간에 그는 그 유명한 다이얼 세션에 참여하여‘Embraceable You’, ‘Crazeology’, ‘Scrapple From the Apple’ 등의 스탠더드 곡에서 뛰어난 연주를 펼쳤다. 특히 발라드 곡‘Embraceable You’에서의 인트로 연주는 지금까지도 이 곡을 연주하는데 있어 참고해야 할 전형으로 인정받고 있다.

찰리 파커 퀸텟 이후에 그는 스탄 겟츠, 오스카 페티포드, 진 아몬스 등과 세션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활동을 기반으로 1954년 <Jordu>를 시작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앨범 활동을 시작했다. 솔로 활동 초기에도 그의 연주는 여전히 버드 파웰을 연상시키는 열정적인 비밥 스타일을 지향했다. 하지만 ‘Jordu’를 위시한 그의 작곡은 그가 탁월한 멜로디 감각을 지니고 있음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탁월한 연주력과 뛰어난 작곡 실력을 지녔음에도 그의 솔로 활동은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런 중에 1950년대 후반부터 오넷 콜맨이 주축이 된 프리 재즈가 재즈계를 휩쓸고, 프리 재즈의 난해함으로 재즈가 대중 음악의 중심에서 멀어지게 되는 상황을 맞자 그는 다른 많은 동료 연주자들처럼 활동을 지속할 수 없었다. 그래서 1962년 프랑스 영화 <위험한 관계>의 사운드트랙 앨범 작업을 끝으로 약 10년간 연주를 멈추고 뉴욕의 택시 운전사로 살아야 했다.

그렇게 끝날 것 같았던 그의 음악인생은 1973년 덴마크의 코펜하겐을 방문하면서 다시 시작되었다. 당시 유럽은 재즈의 종주국 미국의 연주자들을 환대하고 있었다. 듀크 조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는 덴마크의 베이스 연주자 매즈 빈딩과 그에 앞서 먼저 유럽에 건너와 있었던 드럼 연주자 에드 티그펜과 함께 앨범을 녹음하게 되었는데 그 것이 바로 <Flight To Denmark>였다. 비밥 시대의 뜨거움을 뒤로 하고 편안하고 부드러운 연주를 담아 낸 이 앨범은 덴마크가 중심이 된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물론 프랑스와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에서는 그리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1978년 그는 아예 미국을 떠나 코펜하겐에 정착했다. 그리고 2006년 8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Flight To Denmark>로 대표되는 낙관적이고 낭만적인 연주를 펼쳤다.

이런 듀크 조던의 삶을 보면 비밥의 뜨거움으로 가득 찼던 미국에서의 젊은 시절과 낭만적인 연주로 꽃피운 유럽에서의 후기 시절로 나눌 수 있겠다. 그런데 그의 앨범들을 하나씩 들어보면 미국 시절과 유럽 시절이 서로 나뉠 정도로 기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말하자면 그의 음악에 담긴 낙관적인 정서와 간결하면서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 감각은 그의 천성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차이가 느껴진다면 그것은 그의 장점이 드러나는 방식 혹은 비율에 의한 것일 진데 이것은 시대와 호흡하는 중에 결정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비밥 시절에는 뜨거운 리듬과 긴박한 코드 전재에 멜로디가 살짝 뒤로 묻혔던 것이고 재즈 역사에서 벗어난 이후에는 자신의 나이와 유럽이라는 장소의 특성에 맞추어 아름다운 멜로디들을 편안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택시 운전을 하던 60년대에는 연주를 하지 않는 것이 그로서는 어지러운 프리 재즈 시대에 반응하는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대표 앨범 

Flight To Jordan (Blue Note 1960)

초창기 듀크 조던은 버드 파웰의 영향을 받은 뜨거운 비밥 연주에 집중했다. 그러면서도 작곡을 통해 탁월한 멜로디 감각을 드러내곤 했다. 그러다가 솔로 앨범을 통해 조금씩 멜로디 감각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이 앨범이 바로 그의 리더로서의 초기 시절을 대표한다. 퀸텟 편성으로 녹음한 이 앨범은 외견상 찰리 파커 퀸텟 시절을 반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I Should Care’를 제외한 그의 자작곡들은 그의 멜로디 감각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확인해 준다. 이 앨범의 성공으로 이후 그는 <Flight To ~>앨범을 여러 장 녹음하게 된다.

Flight To Denmark (Steeple Chase 1973)

프리 재즈의 열풍과 재즈의 인기 하락으로 인해 듀크 조던은 60년대에 택시를 운전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그러다가 덴마크에서 재즈 연주자로서의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었다. 그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이 앨범이다. 스탠더드 곡과 자작곡을 적절히 안배한 이 앨범에서 그는 테마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멜로디로 풀어나가는 편안한 연주를 펼쳤다. 그 결과 덴마크는 물론 유럽과 일본 등에서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그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들어야 하는 앨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후 그의 음악적 방향에 기준이 되었던 앨범.

Osaka Concert Vol.1 & 2 (Steeple Chase 1976)

앨범 <Flight To Denmark>는 한동안 야인으로 머물렀던 듀크 조던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래서일까? 이후 그는 유사한 분위기의 앨범을 여러 장 녹음했다. 그리고 이 앨범들은 미국을 제외한 여러 국가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일본에서 그의 인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1976년 9월 오사카에서 있었던 공연을 두 장의 CD로 정리한 이 앨범은 이러한 일본 내에서의 인기를 반영하고 있다. 자작곡이 중심이 된 이 앨범은 기본적으로 <Flight To Denmark>의 연장선에 놓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래서 그만큼 감상이 편하고 여운 또한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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