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t Girl From Ipanema – Lovisa (Spice of Life 2008)

도시의 밤에 어울리는 보사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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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웨덴 재즈 보컬의 미래라 불리는 로비사의 보사노바

브라질 음악 하면 우리는 보통 화려하고 열정적인 삼바와 나른하고 부드러운 보사노바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 가운데 삼바가 리오 등의 흥겨운 축제와 밀착되어 브라질의 전통적 이미지를 반영한다면 보사노바는 그와는 다른 세련되고 현대적인 이미지가 더욱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1958년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비니시우스 드 모라에스, 호앙 질베르토 등이 보사노바 음악을 만들게 된 배경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춤추고 떠드는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아닌 조금은 지적이고 개인적이며, 그래서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담은 음악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바쁜 도시를 사는 사람들에게 보사노바는 일종의 휴식과 안식으로 다가옵니다. 보사노바를 들으면서 꼭 브라질이 아니더라도 꽉 짜인 현실의 일상과는 다른 느슨한 듯한 일상이 있는 세계를 상상하게 됩니다. 아마 이런 이유로 보사노바가 브라질적인 향취가 강하긴 하지만 전세계인이 즐기는 세계의 음악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 가요만해도 보사노바 풍의 노래들이 참 많지요. 뜨거운 열정의 브라질과는 다른 차가운 사색적 이미지가 강한 북유럽에도 보사노바를 즐깁니다. 우리가 지금 듣고 있는 로비사의 보사노바 앨범도 바로 북유럽 음악의 중심 국가 가운데 하나인 스웨덴에서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20대 중반의 삶을 살고 있는 여성 보컬 로비사 (린드크비스트)는 빌 에반스와의 앨범으로 친숙한 모니카 제터룬트로 시작되어 리그모 구스타프손, 빅토리아 톨스토이로 이어지는 스웨덴 재즈 보컬의 계보를 이어갈 인물로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 그녀의 2006년도 첫 앨범 <That Girl>은 ‘환상적인 데뷔 앨범’이라는 평을 받았으며 이 앨범으로 인해 그녀는 2005년 불의의 사고로 타계한 모니카 제터룬트를 기리기 위한 모니카 제터룬트 장학금의 첫 번째 수혜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이렇게 스웨덴 재즈 보컬의 내일을 이끌 인물로 관심을 받는 것은 기본적으로 20대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성숙한 느낌의 음색 자체가 주는 매력과 재즈의 고전들을 능숙하게 소화해내는 노래 솜씨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재즈 보컬이라면 갖추어야 할 이런 기본 사항 외에 그녀만의 대중적 분위기를 그녀가 주목 받는 이유로 꼽고자 합니다. 첫 앨범 <That Girl>만 해도 스탠더드 곡들이 보통의 어쿠스틱 성향의 퀄텟 편성 위에 노래되었지만 현대적인 세련됨, 도시적인 정서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노래 자체에 대한 집중을 요구하기보다는 배경으로 스며들어 그 분위기를 즐기기를 요구한다고 할까요?

  1. 보사노바를 통해 표현한 낭만적 정서

이러한 로비사의 음악적 성향은 이번 보사노바 앨범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사실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지는 보사노바 앨범들은 브라질적인 분위기를 반영하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어쿠스틱의 질감이 살아 있고 단순 담백하고 소박한 공간감이 살아 있는 초창기 보사노바에 대한 깊은 향수를 드러내곤 합니다. 그래서 브라질까지 가서 녹음하거나 보사노바에 정통한 브라질 출신의 연주자를 초빙하곤 하지요. 하지만 로비사의 이번 앨범은 그녀의 모국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녹음되었으며 그녀와 친분 있는 현지 연주자들이 참여로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리듬, 여유와 낙관의 정서 등 보사노바의 기본을 따르고 있지만 브라질에서 만들어진 듯한 맛을 내는 데에도 그다지 큰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재즈가 미국을 벗어난 세계의 음악이 되었고 스탠더드 곡들이 연주자들의 개성에 따라 형형색색의 옷을 갈아 입듯이 로비사는 보사노바를 브라질이 아닌 세계의 음악으로 바라보고, 보사노바의 고전들을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 노래할 뿐입니다. 어찌 보면 로비사는 자신의 목소리로 보사노바의 세계를 새로이 구성하려 한다기 보다 보사노바를 편안하고 즐거운 정서를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사노바의 여러 고전들과 함께 ‘Someone To Watch Over Me’, ‘Blue In Green’같은 스탠더드 재즈 곡들을 노래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1. 도시의 밤에 어울리는 상큼 달콤한 로비사식 보사노바

이처럼 보사노바라는 형식 자체보다 보사노바를 통한 자신의 감성을 드러내려다 보니 이번 앨범은 태양이 뜨거운 오후, 사람들이 한가로이 해수욕을 즐기는 브라질의 이파네마 같은 해변보다는 나른하고 지루했던 오후를 지나 연인과의 데이트나 친구들과의 즐거운 만남 등으로 인해 새로운 활력을 찾기 시작하는 저녁 7시 이후의 도시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인지 로비사식 보사노바의 매력은 느린 템포의 노래보다는 미디엄 템포 이상의 밝고 산뜻한 분위기의 노래에서 빛을 발합니다. 예를 들어 앨범의 첫 곡 ‘Desafinado’나 ‘The Girl From Ipanema’ 같은 곡에서는 소녀 같은 설렘이 느껴지지 않던가요? ‘Two Kites’는 또 어떻습니까?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 가장 시원 상큼한 노래라 생각되는 이 곡은 보사노바 특유의 나른함, 여유 대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번잡한 도시 속에서의 즐거운 만남-그렇다고 삼바 축제처럼 흥분하지 않는-을 연상하게 합니다. 물론‘Estate’나 ‘How Insensitive’처럼 느린 템포의 곡들도 도시의 (여름) 밤에 어울리는 낭만적이고 달콤한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비사만의 개성만큼은 역시 생기발랄한 분위기의 곡에서 더 빛을 발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편 이처럼 감추어두었던 자아를 드러내는 도시의 밤에 어울리는 분위기가 효과적으로 표현될 수 있었던 데에는 피아노와 키보드를 연주한 벵트 린드크비스트의 힘이 컸습니다. 앨범 <That Girl>부터 로비사와 함께 해 온 이 건반 연주자는 이번 앨범에서도 전 곡을 편곡하고 밴드를 이끌며 전체 사운드의 방향을 결정하는 등 로비사의 목소리에 어울리는 보사노바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Desafinado’ 등에서 들을 수 있는 다소 물을 먹은 듯한 느낌의 피아노와 휘파람이 함께 하는 솔로 연주는 경쾌한 곡에서 더 빛이 나는 로비사의 매력을 강조합니다. 또한 그의 키보드 연주는 도시의 밤이라는 시공간을 연출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1. 뜨거운 열대야를 견디게 해줄 동반자

매년 날이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 이런 저런 준비를 하게 됩니다. 바람이 잘 통하는 옷과 신발, 시원한 수박, 바다를 향하는 여행 등을 준비하고 계획하곤 하죠. 그 가운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사노바 앨범을 한 두 장 준비하게 됩니다. 아마 지금 이 앨범을 듣고 있는 당신도 여름을 위해서 이 앨범을 장만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괜찮은 선택을 하셨다고 말씀 드립니다. 사실 여름이면 시원하고 겨울이면 따뜻하게 다가오는 것이 보사노바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로비사의 보사노바 만큼은 여름, 그것도 도시의 열대야를 위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뜨거운 밤의 열기를 식히지는 못할 지라도 분명 그 밤을 나름 견딜만한 낭만적인 밤으로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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